[본문]

 

요한복음 13:12-15

 

13:12 그들의 발을 씻으신 후에 옷을 입으시고 다시 앉아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13:13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13: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13: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말씀]

 

예전에 제가 동부에 살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저희 차로 여러 번 왔다갔다하며 이삿짐들을 하나씩 옮기면 될 것 같았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짐들은 저와 아내만으로 충분히 옮길 수 있었지만, 침대 매트리스 만큼은 도저히 둘이서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매트리스를 옮길 만한 트럭이나 벤 사이즈의 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죠. 한참을 고민한 끝에,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교회 집사님에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분은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분이었는데, 그 편의점이 그 지역에서 복권판매를 가장 많이 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늘 비즈니스로 바쁘신 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사를 부탁한 날은 금요일 오후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시간에 그 가게 일을 빼고 제 이사를 도와준다는 것은 정말 큰 희생이 필요했던 일이었죠. 그럼에도 그 집사님은 곤란하다는 기색 하나 없이, 그 바쁜 시간에 일을 빼고 벤을 끌고 와서 함께 매트리스를 옮겨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그분에게 꼭 좀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그분은 계속 극구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부부가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드려서였는지, 저희에게 주소 하나를 주면서 그곳 음식점에서 밥을 먹자고 말하는 겁니다. 약속한 날짜가 되어 그 주소를 따라서 가보니, 그곳은 쇼핑몰 한가운데 있는 푸드코드였습니다. 그분이 우리 부부의 주머니 사정을 아시고, 그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곳으로 저희를 인도한 거였죠. 함께 음식을 먹는 내내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좋은 음식으로 대접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으니까요. 그랬더니 그분이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상현 형제, 미국에서 도움 받았다고 그거 일일이 안 갚아도 돼요. 정 갚고 싶으면 저한테가 아니라 나중에 미국에 새로 오시는 분들에게 갚으시면 돼요. 저희도 처음 미국 올 땐 상현형제처럼 누군가에게 다 도움 받으며 이렇게 자리 잡은 거에요.

 

아직도 그 때 그 집사님께 들었던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가 결국 아무리 그분에게 그 빚을 갚으려고 해도, 그 바쁜 금요일 오후에 자신의 비즈니스 일을 빼고 저희를 도와주었던 그 은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이었던 겁니다. 그 빚을 어떻게든 갚아보려고 식사를 대접하려고 하고, 뭔가 선물을 드리려고 했으니, 그 마음의 빚이 갚아질 리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분이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주신 겁니다. 바로, 당시 저처럼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돼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라는 거였습니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았던 사랑도 이와 같이 되갚을 순 없는 은혜이지만, 내 자녀들에게 똑같은 사랑을 내리 베풂으로써 부모님께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나갈 수 있죠. 하나님께 받은 구원의 은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 능력으로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도저히 갚을 순 없지만, 우리가 그 값없이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푼다면 조금씩은 우리 마음의 빚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 우리끼리만 주고 받는 사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지고 확장되는 사랑의 원리입니다.

 

예수님의 삶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고칠 수 없는 병을 낫게 하고, 귀신을 쫓아내며,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은혜를 그들이 어떻게 갚을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예수님은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알려주셨습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13:14-15)

 

예수님은 일부러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며, 이와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겸손히 발을 씻겨주는 선행을 베풀어야 함을 가르쳐 주신 겁니다. 이것은 비단 말 그대로 발만 씻겨주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죠?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예수님께 받은 그 은혜를 기억하며, 그분의 사랑을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내 곁을 스쳤던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많은 신세를 지며 살았습니다. 또한 부모님께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사랑도 받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하나님께 구원이라고 하는 큰 은혜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빚을 지고 살아가는 빚쟁이들입니다. 그나마 우리가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죠. 우리가 받은 은혜를 누군가에게 베풀며 사는 겁니다. 우리 이민사회는 특히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내가 베풀 수 있는 도움을 기쁜 마음으로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정착하여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끊임없이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또한 베풂으로써,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그 귀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은혜로운 하루가 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움이 무엇입니까?

반대로, 여러분이 베풀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선행은 무엇입니까?

 

 

[기도]

 

내 삶 속에서 받았던 수많은 은혜와 사랑을, 나도 누군가에게 베풀며 살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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