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복음 4:3-8

 

4:3 유대를 떠나사 다시 갈릴리로 가실새 

4:4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 

4:5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시니 야곱이 그 아들 요셉에게 준 땅이 가깝고 

4:6 거기 또 야곱의 우물이 있더라 예수께서 길 가시다가 피곤하여 우물 곁에 그대로 앉으시니 때가 여섯 시쯤 되었더라 

4:7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4:8 이는 제자들이 먹을 것을 사러 그 동네에 들어갔음이러라 

 

 

[말씀]

 

제가 여행 다니면서 경험했던 가장 즐거운 기억 중 하나는 터키에 혼자 배낭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터키인들은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입니다. 특히 우리 한민족과 마음이 잘 맞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랑 얘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이 대화가 진행되고 헤어질 때쯤 되면 절친이 되어 있습니다.

한 번은 부르사(Bursa)라고 하는 이스탄불 남부에 있는 도시에서 잠시 머물러 있을 때였습니다. 본래 부르사는 이스탄불과 터키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도시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바로 버스를 갈아타려고 했었죠. 그런데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서 부르사에서 의도치 않게 몇 시간을 더 보내야 했습니다. 도시를 잠깐 걷다 보니 근처에 노상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고 거기 길거리에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았습니다. 조금 있다 보니 한 터키남자가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자신과 다른 생김새의 외국인을 보고 호기심에 말을 건 거죠.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실 대부분의 터키인들이 그랬지만, 이 남자는 저랑 대화가 잘 맞는 참 재미있는 친구였습니다. 서로 영어도 못하면서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함께 즐거운 얘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웃음이 터지며 대화를 나눠서였는지, 어느 샌가 주변에 젊은 남녀들이 계속 모여 우리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를 중심으로 다 같이 웃고 즐기는 장()이 마련된 거죠. 3-4시간 대화했을까요? 해가 지고 결국 버스 탈 시간이 다가와 헤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아쉬운 마음에 작별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가끔 그 부르사에서 겪었던 그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사실 조금만 관점을 다르게 보면 이 당시 제가 처한 상황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긴 하지만, 곁에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곳의 정확한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자칫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버스시간까지 미뤄져 저는 여행 중에 귀중한 시간을 그 낯선 도시에서 소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낯선 곳에서 만난 이름 모를 친구들 덕분에 저는 아무것도 볼 것 없던 부르사라고 하는 도시를 터키에서 가장 그리운 장소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갈릴리 지역으로 가기 위해 사마리아 지역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가라 하는 한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구약시대에 야곱이 발견한 우물이 있는 동네였습니다. 이 수가에 도착했을 때 예수님과 일행들의 상황은 그리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예수님이 많이 지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그 동네 안으로 들어갔고, 피곤에 지친 예수님은 마을 어귀에 있는 우물가에서 잠시 쉬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그곳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게 되죠.

 

저는 개인적으로 요한복음 3장과 4장을 좋아합니다. 3장은 니고데모라고 하는 한 유대 관원이 밤에 몰래 예수님을 찾아와 신학적인 논쟁을 하는 이야기죠. 그리고 니고데모와의 이야기 중에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3:16)

 

이 말씀은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죠. 우리 기독교의 복음을 꿰뚫는 가장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요한복음 4장은 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입니다. 처음엔 우물가에서 젊은 남녀가 주고 받는 미묘한 대화로부터 시작했지만, 나중에 이들의 대화는 예배에 대한 신학적인 논쟁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예배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유명한 성경말씀이 이 대화에서 나오게 되죠.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지니라 (4:23-24, 개역)

 

이 모든 이야기는 수가라는 사마리아 마을을 지나던 예수님의 육신이 심히 지친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사마리아 마을은 비천하고 낯선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방인보다도 멸시했던 그들에게 도리어 먹을 것을 구하러 갔던 제자들의 모습에서, 요한복음을 읽는 우리들은 그 낯선 땅조차도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가장 부적절한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인과 예수님이 대화하게 되고, 그 대화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귀한 말씀을 듣게 되죠. 이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끔 우리 인생이 낯설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희 아버님이신 이성우 장로님은 어제 한국에서 만 78세의 생신을 맞이하셨습니다. 아버님처럼 70년 이상 살면 이젠 인생에 충분히 적응하셨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 왔어도 이제야 맞이한 78세의 삶은 이전에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낯선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2021312일은 우리 모두에게 생전 처음 주어지는 낯선 날입니다. 낯설기 때문에 불안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낯설기 때문에, 우리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은혜와 감동의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을 통해 주님이 예비하신 귀한 은혜의 시간들을 마음껏 만끽하시는 귀한 하루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묵상]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은 기쁨과 은혜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기도]

 

내게 주어진 낯선 오늘이 은혜와 감사가 넘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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