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에스라 1:7-11

 

1:7 고레스 왕이 또 여호와의 성전 그릇을 꺼내니 옛적에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옮겨다가 자기 신들의 신당에 두었던 것이라 

1:8 바사 왕 고레스가 창고지기 미드르닷에게 명령하여 그 그릇들을 꺼내어 세어서 유다 총독 세스바살에게 넘겨주니 

1:9 그 수는 금 접시가 서른 개요 은 접시가 천 개요 칼이 스물아홉 개요 

1:10 금 대접이 서른 개요 그보다 못한 은 대접이 사백열 개요 그밖의 그릇이 천 개이니 

1:11 , 은 그릇이 모두 오천사백 개라 사로잡힌 자를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갈 때에 세스바살이 그 그릇들을 다 가지고 갔더라

 

 

[말씀 이민자의 짐]

 

여러분들은 처음 미국에 오실 때 어떤 짐들을 가지고 오셨나요? 최근에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은 짐을 그리 많이 가져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짐만 들고 오고 필요한 물건들은 미국에서 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데 오래 전에 이민 오신 분들의 집을 방문해 보면, 한국에서 가지고 온 옷장이나 물건들을 많이 간직하며 사시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전엔 미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뭐를 꼭 가져와야 했고 뭐를 버렸어야 했는지 제대로 판단을 못했던 탓이겠죠. 그래서 예전 이민 오신 분들은 한국을 떠나면서 가지고 올 수 있는 만큼 물건들을 가지고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 초반에는 그 많은 짐들을 짊어지고 사느라 고생하셨을 겁니다. 공간도 충분치 않아서 매번 집 어딘가에 물건들이 쌓여 있었을 테고, 미국 안에서 이사할 때마다 그 짐들을 버리지 못한 채로 다 짊어지고 다니느라 애쓰셨을 겁니다. 물론 사람마다 물건을 잘 버릴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물건을 제대로 못 버리는 사람도 있죠. 그런 경우엔 한국에서 온 물건들은 더더욱 버리지 못하게 됩니다. 굳이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그냥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물건이기에 차마 버릴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쌓여 있게 되죠. 저만 해도 한국 물건은 별로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한국에서 가져 온 책들이 꽤 많습니다. 제 딴엔 유학하는 동안에 필요할 때가 있겠지라고 생각해서 짊어지고 왔었는데, 막상 쌓여 있으니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잘 활용하지도 못합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할 거면서 이사할 때마다 늘 짊어지고 다녀야 했고, 지금도 집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애착(attachmen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와 특별한 관계를 가진 사람이나 동물, 혹은 물건에 대해 갖게 되는 정서적 관계를 뜻하죠. 사람이나 동물과 같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에게 있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물건에 애착을 갖는 것은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을 설명함에 있어 학자들은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예로 들곤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대개 어릴 때부터 쓰던 담요나 인형같은 것에 집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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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런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동안 안정되게 형성되었던 엄마와의 관계를 넘어 처음으로 외부사회로 나아가는 중에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한 감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불안을 익숙한 물건들을 통해 해소하려 하는 거죠.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물건을 통해 아이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 혹은 오래된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 또한 분명합니다. 우리가 모국(母國)을 떠나며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을, 한국에서부터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물건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음으로써, 낯설고 힘겨운 이민생활을 심적으로 버텨왔던 거죠. 그리고 이제는 이민 초창기 때보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많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던 그 오래된 물건들을 제대로 버릴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저는 이것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에스라 말씀을 보면 예전의 물건들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라의 배경은 바빌론 포로기 이후입니다. 바빌론으로 강제로 끌려갔던 유대 지도자들이, 새로 왕이 된 고레스의 칙령에 따라 다시 유대 땅으로 돌아가는 내용이죠. 처음 유대 땅에 돌아왔던 사람들은 제일 먼저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했습니다. 포로가 되어 바빌론 땅에서 타향살이를 했던 유대인들에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대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제일 먼저 성전부터 다시 세우려고 했던 겁니다. 그 때 고레스 왕은 유대인들을 위해 또 다른 선처를 베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의 이야기죠.

 

고레스 왕이 또 여호와의 성전 그릇을 꺼내니 옛적에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옮겨다가 자기 신들의 신당에 두었던 것이라 바사 왕 고레스가 창고지기 미드르닷에게 명령하여 그 그릇들을 꺼내어 세어서 유다 총독 세스바살에게 넘겨주니 (1:7-8)

 

고레스 왕은 예전에 바빌론이 예루살렘 성전을 무너뜨리면서 약탈해갔던 성전의 물건들을 유대인들에게 다시 되돌려 주라고 명령했던 겁니다. 이것은 유대인들에게 무척이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옛 성전의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에 비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예루살렘 성전의 가치를 잊어버린 사람들은 굳이 예전의 그릇들을 다시 힘들게 성전까지 운반해야 되냐?라고 물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예배 드리는 사람에게 임하시는 분이지, 예전부터 사용되던 그릇에만 임재하시는 분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그렇지가 않죠? 예전에 하나님께 예배하며 사용했던 성전의 물건들을 다시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놓고 예전과 같이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그들은 큰 위로를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에스라를 끝까지 읽게 되면, 그들에게 정작 중요했던 건 예루살렘 성전을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선지자 에스라를 통해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주신 것은 성전의 회복이 아니라 말씀의 회복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성전의 물건을 되돌리는 것보다 유대인들의 믿음이 회복되는 것을 요구하셨던 거죠.

 

어쩌면 익숙한 물건을 간직하며 불안과 긴장을 최대한 완화하며 사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 이민자들에게 원하는 삶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예전에 한국에서 사용했던 익숙한 물건으로 집을 채우는 것이 아니죠.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우리의 자녀 된 삶입니다. 이 신앙생활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 여러분의 삶에 하나님의 말씀이 온전히 회복되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시기를 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한국에서부터 가져 온, 혹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애착물건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여러분이 진정 삶 속에서 회복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은 무엇입니까?

 

 

[기도]

 

나의 익숙한 물건을 통해 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통해 안정되고 위로 받는 삶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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