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에스겔 18:1-3

 

18:1 또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18:2 너희가 이스라엘 땅에 관한 속담에 이르기를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그의 아들의 이가 시다고 함은 어찌 됨이냐 

18:3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너희가 이스라엘 가운데에서 다시는 이 속담을 쓰지 못하게 되리라       

 

 

 [말씀]

 

제가 처음으로 신학를 공부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할 때입니다. 연세대학교 자체가 한 교단에 소속된 신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는 여러 교단에서 온 친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장로교와 감리교 친구들도 있었고, 성공회, 구세군, 그리고 천주교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교수님이 수업 중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속해 있는 교회의 교단과,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 교단이 다른 사람이 얼마나 되죠?

 

그랬더니 정말 몇 안 되는 친구들만 손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은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의 교단과 자신들이 소속된 교단이 같았던 거죠. 장로교 통합 측 교회에 소속된 친구들은 부모님도 장로교 통합 측 교회에 다니고 계셨고, 성결교회 다니는 친구는 그 아버님이 아예 성결교 목사님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군인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특정 교단이 없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저에게 교단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항상 감리교회라고 대답했습니다. 제 자신이 감리교 집안의 5대손이라는 정체성이 있었거든요.

제 고조 할머니, 즉 제 증조 할아버지의 어머니가 되시는 임만춘 성도님(1860-1930)은 경주에 사실 때 할아버지 몰래 교회를 다니셨고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셨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고조 할머니는 외국 선교사에게 직접 세례를 받았고, 이후 강원도 원주에 정착하기 전부터 감리교회 교인이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저희 친가 집안은 모두 원주에 있는 제일감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독실한 감리교인들입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연합감리교회에서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참 의미있는 은혜의 순환입니다. 미국 선교사에 의해서 제 집안이 감리교인이 되었고, 저는 다시 미국에 와서 연합감리교회 목사가 되어 이 땅을 섬기고 있으니까요.

 

우리 말에 잘 되면 내 탓, 잘 안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골프를 치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공이 잘 맞으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잘 안 맞는 날은 어제 너무 무리하게 운동해서 근육이 뭉쳤다느니, 지난 주 가게 일을 너무 무리하게 했다는 핑계를 댑니다. 생각대로 샷이 안 되면 스윙을 고쳐서, 그립을 새로 잡아서, 클럽을 교체해서 등의 이유를 댑니다. 누군가가 골퍼들이 잘 안 맞을 때 대는 핑계의 가지수를 세어 봤는데 총 366가지였다고 합니다. 골프 칠 때만 그런게 아니죠. 우리는 살면서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내 탓보다는 항상 남의 탓을 합니다. 이런 저런 탓을 하다가 결국,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못나게 낳아서 그래 라며 조상 탓을 하죠.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인간적인 방식입니다.

 

오늘 에스겔 말씀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습니다.

 

너희가 이스라엘 땅에 관한 속담에 이르기를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그의 아들의 이가 시다고 함은 어찌 됨이냐 (18:2)

 

아버지, 즉 조상의 문제가 자손에게까지 연결되어, 자손들이 조상 때문에 고통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비꼬는 속담이었습니다. 실제로 에스겔 시대의 사람들은 못난 조상 때문에 바빌론으로 끌려 와 포로생활을 하는 강제 이민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바빌론 강가에서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조상들의 죄로 인해 서러움을 당하는 자신들의 신세 또한 한탄했을 겁니다.

 

그런데 조상 탓을 계속하다보면 조상이 아니라 하나님 탓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이렇게 지어서 그래 라든지, 하나님이 나를 못 난 모습으로 창조하셔서 이렇게 힘든 거야 라고 말하며, 내 불행의 원인을 하나님께로 돌리곤 합니다. 이쯤되면 신세한탄이 죄의 범주로 넘어가는 거죠.

저도 목회자지만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조상 탓이나 하나님 탓을 한 적이 많습니다. 심지어 왜 나를 이 힘든 세상에 살게 하셔서 이런 불평을 하게 만드나요 라고 말하며, 제 입에서 나오는 불평까지도 하나님 탓으로 돌리곤 했습니다. 목회자라고는 하지만 저도 결국 똑같은 인간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에 제가 안수를 받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 두 가지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제가 우리 연합감리교회에서 안수를 받는 것이 감사합니다. 제가 5대째 감리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제 믿음의 뿌리 속에서 우리 감리교회를 섬길 수 있음이 기쁘고 행복한 거죠. 그리고 제가 우리 가나안 교회를 통해서 안수를 받는 것이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파송을 받기 직전에 수많은 문제들로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교회로 파송을 받으면서 그 모든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고, 저는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신앙생활을 여러분들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안수를 받는 것으로 제 인생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힘들면 하나님께 불평할 수도 있고, 오랜만에 조상 탓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에스겔서에서 약속한 하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내가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너희가 이스라엘 가운데에서 다시는 (조상 탓을 하는) 이 속담을 쓰지 못하게 되리라 (18:3)

 

이제는 다른 누군가를 탓하고자 하는 마음을 줄이고, 나의 인생을 솔직하고 담대하게 직시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그런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되기 원합니다. 주님은 그런 정직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통해 더 크게 역사하시리라 믿습니다.

 

 

 [묵상]

 

여러분 입에서 언제 하나님이나 조상 탓을 하시나요?

 

 

[기도]

 

나의 불행을 조상이나 하나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정직하게 나 자신과 이 세상을 바라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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