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누가복음 17:20-21

 

17:20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17:21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말씀 하나님의 나라 (2/2)]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묵상하겠습니다. 어제와 같은 본문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17:20-21)

 

여기서 볼 수 있다는 말이 중요합니다. 당시 로마시대 때 본다는 것은 믿는다는 말을 전제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당시 사람들은 볼 수 없으면 믿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에 나타난 도마가 대표적이죠. 제자들 사이에 예수님이 부활했느냐 아니냐의 논쟁을 하고 있을 때 도마는 예수님을 직접 만나 그를 보고 만지지 않으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마 앞에 나타난 예수님은 그에게 이런 말을 하죠.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20:29)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신 이유는 명백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모두가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따라서 보지 못하고 믿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복된 사람들이라고 축복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오늘 말씀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은, 하나님의 나라는 누구나 보고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것은, 당시 유대인들이 기대했던 대로 로마제국이 물러나고 메시아가 다스리는 유대인들의 나라가 세워진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다음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죠.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17:21)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는 어디 멀리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전통적으로 이 구절은 우리 믿는 자들의 마음 속에 임한다는 말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내적 평강을 하나님의 나라로 빗대어 말씀하신 것이라 이해되곤 했습니다. 과연 이 해석이 맞을까요?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옛날 어느 수도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너무나 사모했기에 누가복음의 이 말씀을 읽으며 마음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습니다. 세상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어지럽고 혼란했기에 그는 홀로 광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혼자 살며, 매일 기도와 찬송을 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살았습니다. 수도사는 혼란한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살았지만, 마음 속에는 여전히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동물들이 그의 찬송을 듣고 모였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 속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이곳이야말로 하나님의 나라라고 고백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수도사는 아직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했다고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적떼에게 쫓기던 한 가족을 발견했습니다. 수도사가 다가갔을 때는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고 어린 남매만이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결국 수도사는 죽은 부모님을 근처 땅에 묻어 장례를 치러줬고, 생존한 어린 남매를 극진히 간호하여 겨우 살려 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부모를 잃은 어린 남매가 광야 한복판에서 제대로 살아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수도사는 평생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믿고 맡길 사람도 없었기에, 수도사는 그냥 하루하루 고민 속에 아이들을 키우며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화롭게 매일매일 하나님께만 집중하며 예배를 드리던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부모를 잃고 매일같이 울기만 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하루하루가 거의 전쟁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도사의 노력 덕분인지 아이들은 점점 광야에서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부모를 잃고 함께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아무도 없이 수도사만 홀로 살았던 광야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그 적막한 광야도 함께 변화되었습니다. 어느 날 분주하게 저녁준비를 마치고 남매 둘과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 전, 함께 하나님께 식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 중에 수도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 하나님의 나라가 이곳에 임하게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누가복음 본문에서 말한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라는 말씀은, 단지 한 개인의 마음 속에 내적인 평강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너희 안에 라는 말은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라는 뜻이 아니라, 너희가 내 이름으로 함께 모인 곳에 라는 뜻입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단지 한 사람의 마음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함께 선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위해 힘이 될 때 그 사람들의 관계 안에 임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 여러분 안에 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의 심령 속이 아니라, 여러분이 마주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선한 관계를 유지할 때, 바로 그 관계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겁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가족, 친구, 이웃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은 언제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시나요?

 

 

[기도]

 

내 삶에 마주하는 모든 관계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내 온 삶에 임하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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