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5일 - 수요예배를 대신하는 묵상 말씀 "보이는 교회, 보이지 않는 교회"
2021.08.24 10:11
[본문]
에베소서 2:19-22
2:19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2:20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
2:21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2:22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말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미국은 원래 기독교 국가이기 때문에 주위에 교회건물이 자주 보입니다. 물론 우리가 떠나온 한국도 교회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붉은 십자가를 건물 꼭대기에 세우기 때문에, 밤이 되면 붉은 십자가가 도심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이 붉은 십자가들을 보며 “도심에 무슨 무덤이 이렇게 많냐”고 착각할 정도죠.
그러다 보니 우리 머릿속에 ‘교회’라는 말을 들으면 항상 ‘건물’을 연상하곤 합니다. 그래서 ‘교회’라고 하면, 십자가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커다란 문을 가진 건물이 떠오르는 거죠. 우리가 교회를 간다고 했을 때는, 당연히 교회 건물로 간다는 뜻이 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교회’는 ‘건물’을 뜻했을까요?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를 구분하는 오래된 신학교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성 어거스틴(354-430)이 처음 사용했던 교리로, 눈에 보이는 기관교회와 보이지 않는 영적인 교회를 구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거스틴 당시에는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온 로마 땅에 교회 건물이 들어서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일마다 교회당에 가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교회 건물’과 동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어거스틴은 이를 구분하기 위해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를 얘기했던 겁니다. 즉, ‘보이는 교회’는 형식과 외형을 갖춘 눈에 보이는 건물들을 뜻한다면, ‘보이지 않는 교회’는 흩어져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무형의 교회를 가리킵니다.
‘보이지 않는 교회’는 우리에게 무척 어려운 개념입니다. 왜 이렇게 복잡한 개념을 어거스틴은 제안했을까요? 그것은 당시 사람들이 ‘교회’를 ‘교회 건물’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가 진정한 교회가 아니라, 그 이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있음을 설파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겁니다. 처음 교회를 세웠을 땐, ‘교회’라고 지칭되는 특정한 건물이 있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초대교회가 세워졌던 1세기에는 유대인과 로마제국으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이 탄압을 받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교회라고 불리우는 건물’을 짓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초대교회는 어디서 예배를 드렸을까요? 당연히 각 가정별로 돌아가면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오늘날 속회나 구역예배 같은 개념이 당시의 교회였던 겁니다. 그 안에서 예배도 드리고 성찬도 나눴던 거죠. 당연히 초대교회 교인들에게는 ‘교회’는 ‘건물’의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주로 모시고 함께 예배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 그 자체를 교회라고 믿었던 겁니다. 하지만 몇 백년이 지난 어거스틴 시대에는 이러한 믿음의 공동체로서의 개념보다는 건물과 조직으로서의 교회 개념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어거스틴은 ‘보이는 교회’보다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교회’를 강조했던 거죠.
오늘 말씀인 에베소서는 이러한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를 절묘하게 섞고 있습니다.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엡 2:20-22)
이 성경이 기록되던 당시에는 아직 ‘교회’가 ‘건물’로 인식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말씀은 사람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성전이 지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구절입니다. 예수님이 교회의 모퉁이돌이 되고, 그걸 기반으로 각 건물이 연결되어 하나의 교회가 세워진다는 의미죠. 결국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고, 우리는 성령을 통해 연결된 지체들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교회에 충성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 충성을 받을 분은 목사님이나 교회 건물, 혹은 교회조직처럼 눈에 보이는 교회를 뜻하는 것이 아니죠? 오직 우리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교회를 인도하시고 목사님과 교우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보이는 교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교회’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거죠. 가끔은 인간적으로 교회가 실망을 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망이 그리스도와 참 교회에 대한 실망이 되어선 안 되겠죠. 보이는 교회들을 뒤에서 주관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섭리를 믿으며, 오늘도 보이는 교회를 통해 역사하시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묵상]
여러분에게 ‘교회’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여러분이 진정 충성해야 할 교회는 어떤 의미입니까?
[기도]
보이는 교회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오늘도 깨닫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