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17:1-6

 

17:1 여호와여 의의 호소를 들으소서 나의 울부짖음에 주의하소서 거짓 되지 아니한 입술에서 나오는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소서 

17:2 주께서 나를 판단하시며 주의 눈으로 공평함을 살피소서 

17:3 주께서 내 마음을 시험하시고 밤에 내게 오시어서 나를 감찰하셨으나 흠을 찾지 못하셨사오니 내가 결심하고 입으로 범죄하지 아니하리이다 

17:4 사람의 행사로 논하면 나는 주의 입술의 말씀을 따라 스스로 삼가서 포악한 자의 길을 가지 아니하였사오며 

17:5 나의 걸음이 주의 길을 굳게 지키고 실족하지 아니하였나이다 

17:6 하나님이여 내게 응답하시겠으므로 내가 불렀사오니 내게 귀를 기울여 내 말을 들으소서   

 

 

[말씀 억울한 마음]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제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89년도에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농기구 수리공이었던 당시 23살이었던 윤성여라는 장애인 남성이었습니다. 당시 제대로 된 과학수사도 없이 경찰들은 조악한 증거를 근거로 윤씨를 몰아세웠고, 숱한 고문에 의해 결국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게 됩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교도소에 들어가서도 무죄임을 주장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9년도에 DNA 검사로 인해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붙잡혔습니다. 윤씨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이춘재라는 사람이 진범으로 밝혀진 거죠. 윤씨는 재소를 했고, 드디어 작년 2020 12월에야 그의 무죄가 확정됩니다. 30년을 넘겨서야 그의 무죄가 밝혀진 겁니다. 20대 초반부터 고문을 당하고 교도소에서 억울한 죄수로 살았던 그는 현재 55살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억울한 마음을 품고 살았을까요?

 

크든 적든 우리의 삶 속에는 오해와 억울함이 넘쳐납니다. 맘 같아서는 시간을 멈추고 관련된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항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해와 억울함을 마음에 묻어둔 채로 우리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갑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어느새 인생을 마무리해야 될 때로 접어들죠. 우리의 인생이 비극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 누구도 마음 속의 응어리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믿는 자들은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하나님이시죠. 아무리 세상이 잘못되고, 아무리 억울함과 오해가 넘쳐나더라도,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바로 잡아주시고, 우리의 억울함을 능히 풀어 주실 것을 우리는 믿으며 삽니다. 실제로 역사를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며 고통받던 사람들이 결국 그 모든 오해를 풀고 신원(伸寃)함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100년 전 오늘 벌어졌던 일입니다. 오클라호마 주에 털사(Tulsa)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그곳은 본래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의 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그들을 쫓아내고 만든 도시였기 때문에 백인들의 이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털사에 이주했던 사람들은 주로 흑인들이었습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가 완전히 해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부지역에 만연해 있었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북쪽으로 올라온 흑인들이 털사에 모여들기 시작한 거죠. 때마침 오클라호마에 석유산업이 발달하면서 털사에 사는 흑인들은 성공한 중산층이 많았고, 비교적 부유한 흑인들이 이 동네로 더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엔 털사를 블랙 월스트리트라고 부를 정도로, 이 도시는 부유한 흑인동네의 대표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다 1차 대전 후에 퇴역하고 돌아온 흑인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전역의 일자리가 부족해졌고, 백인들의 불만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불만은 흑인들을 향하게 되죠. 털사가 성공한 흑인들의 도시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곳에 대한 백인들의 불만과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눈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딕 로랜드(Dick Rowland)라는 한 흑인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며,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백인들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딕 로랜드의 재판을 둘러싸고 흑인들이 그를 보호하려 하자, KKK를 비롯해 수백 명의 백인들은 그러한 흑인들을 폭행하고 죽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비행기까지 끌고 나와 공중에서 폭탄을 던지는 백인들까지 있었습니다. 그 결과 흑인들의 가게와 집들은 불에 탔고, 흑인들은 보이는 족족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로써 흑인들이 세운 가장 부유한 동네가 백인들에 의해 완전히 전소되는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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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오늘로부터 정확하게 100년 전인, 1921531일에서 61일까지 벌어졌던 일입니다. 이로 인해 800명이 입원했고, 6000명의 흑인들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사망한 사람만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들이었지만, 하루 아침에 인종차별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거죠. 그리고 100년 가까이 이 털사에서의 참사는 백인들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었습니다. 그러다 재작년인 2019년에 당시 유해가 발굴되기 시작했고, 작년인 2020년에야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100년 만에 이들이 당했던 억울한 사건이 다시 밝혀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 때 참사를 경험했던 흑인 3명이 아직도 생존하여, 100년 전의 그 억울했던 일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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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억울한 일들은 2500년 전에 시편이 기록되던 시절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똑같은 인간세상인데, 과거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여호와여 의의 호소를 들으소서 나의 울부짖음에 주의하소서 거짓 되지 아니한 입술에서 나오는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소서 주께서 나를 판단하시며 주의 눈으로 공평함을 살피소서 (17:1-2)

 

이 시편을 기록한 저자는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던 걸까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는 사실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억울함 속에서 유일하게 그가 믿고 의존했던 하나님에 대한 그의 굳건한 신앙을 우리는 엿볼 수 있습니다.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하나님이 나서서 나를 판단해주시고 내가 당한 일을 심판해 달라고 하는 그의 부르짖음 속에서, 오늘도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을 삭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은 어떻습니까?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여 밤에 잠도 못 자고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 모든 억울한 행사를 하나님께 다 맡기시기 원합니다. 좀 늦어질 순 있습니다. 윤성여씨는 30년을 넘게 기다렸고, 털사의 흑인들은 100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자신들의 억울한 일들이 신원(伸寃)되기를 기도하는 수많은 분들의 마음 속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올바로 판단해 주시고 제자리로 회복시켜 주실 주님의 능력을 함께 기다립니다.

 

 

   [묵상]

 

여러분의 마음 속에 가장 억울했던 기억은 무엇입니까?

그 억울했던 일들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까?

 

 

[기도]

 

내 삶 속에서 겪고 있는 수많은 억울함과 원통함을 주님께서 모두 다 회복시켜 주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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