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3 15:24

산적과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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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안 교회에 오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조기 축구팀입니다. 남성들이 한 열 댓 몇 모여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조기 축구를 하고 커피를 마신 후 일터로 출근하는 모임입니다. 저는 일 년에 몇 번 아내 홍혜성 목사가 일이 있어서 주일에 집에 오지 못할 때 마리나에 내려오면 월요일 아침에 하는 조기 축구회에 갑니다. 월요일이 쉬는 날이니까 마음 놓고 함께 뛰고 웃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분들은 매주 축구를 할 뿐 아니라 소싯적에 하던 분들이라 잘하는데, 저는 운동 신경도 둔하고 어쩌다 하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담임 목사 남편이라고 껴주기는 하는데 제가 들어간 팀에서는 저를 어떤 포지션에 넣어야 되는지 고민이 많지요. 그래도 격려해 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니 감사할 뿐입니다.

    하루는 월요일 아침에 나갔더니 어떤 분이 축구를 하러 오셨는데 사람들이 "산적"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별명이라도 그 분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이분이 얼마나 성격이 좋으시고 서글서글한지 본인을 그렇게 불러도 마냥 행복해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걱정이 되어 말을 걸었더니, "목사님은 뭐 저보다 더 험악하게 생기셨는데요. 해적 같아요!" 그래서 한 참을 웃으며 그 분은 산적, 저는 해적이 되었습니다. 남자들이 흉허물없이 웃어가면서 산적, 해적으로 부르고 운동하는 모임이 이민 사회에서 몇이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분도 체격이 좋고 의욕은 있는데 다른 날쌘 분들처럼 골을 넣지 못하더니 지난 주에는 골키퍼로 포지션을 잡으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웃으면서 그 포지션 밖에는 맡을 것이 없다고 너스래를 떠시면서 그 특유의 좋은 성품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자, 산적은 골키퍼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 해적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팀에서 처음에는 수비를 맡겼는데, 번번이 뚫려서 팀에 위기가 잦아지자, 주장이 결단을 내렸습니댜. "목사님은 최 전방 공격수로 어슬렁 거리다가 기회가 되면 골을 넣으세요. 실수해도 적어도 팀에 위기는 되지 않으니까요!" 그 말도 맞지 싶어서 아예 하프라인 밑으로는 내려오지도 않고 골문 근처에서 서 있었습니다. 우리 팀의 공격수들이 슛을 할 때 따라 들어가서 흘러 나오는 공을 차 넣으라는 작전이지요. 산적이 매 번 슛을 잘 막아 내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놓치는 경우가 열 번에 한 번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슛을 할 때마다 따라 들어갔는데 정말 다 잡은 공을 놓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발을 대기만 했고 공은 슬슬 굴러가다가 라인을 넘어갔습니다. 그것도 골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해적이 사고를 친거지요. 산적은 저를 위로하면서, 그것도 골은 골입니다. 이렇게 해서 산적과 해적이 또 한 번 숙적이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아내가 말합니다. "아니, 당신 그렇게 구박을 당하고 창피를 당하면서도 축구가 하고 싶으세요?" "어, 나는 구박받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지. 그냥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너무 재미있어."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재미있어 하면 나오지 말래도 나오고, 구박을 받아도 나가고, 기회만 되면 가려고 하는구나. 교회도 그렇게 나와야 진짜 신앙 생활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목사님에게 시험들고 성도님들에게 시험들고 삐지고 그래서 교회를 빠진다는 분들은 신앙 생활의 재미를 모르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축구팀에 껴주기만 해도 감사해 하듯이, 교회에서 나같은 것을 성도라고 불러주고 예배에 올 수 있게 껴주기만 해도 좋아서 어느 포지션이라도 좋습니다. 청소 시키고 일시키고 헌금 내라면 내고 봉사하라면 할 께요 그러고 나오는 분들이 정말 구원의 감격과 은혜를 아는 분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멕시코 선교 다녀오신 분들 보니가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기 돈내고, 자기 시간들이고 110도 넘는 열기에 양철 지붕 공사를 하고 불을 때서 밥을 하고 11시간 운전하고도 하나님께 쓰임받았다고 다들 좋아서 웃고 돌아다니시는데, 정말 그렇게 구박받아도 하고 싶으세요? 이 심정을 하는 분들만 가나안 교회 교인이 되는 것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