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4일 - 허무와 소망

2020.06.03 22:04

이상현목사 조회 수:185

[본문]

 

로마서 8:18-25

 

8:18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8:19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 

8:20 피조물이 허무한 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하게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 

8:21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8:22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8:23 그뿐 아니라 또한 우리 곧 성령의 처음 익은 열매를 받은 우리까지도 속으로 탄식하여 양자 될 것 곧 우리 몸의 속량을 기다리느니라 

8:24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 

8:25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 

 

 

[말씀]

 

워싱턴 어빈이라는 작가가 쓴 립 반 윙클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세기 초 미국 낭만주의 시대에 읽혔던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이 독립하기 직전, 메인(Maine) 주의 어느 시골에 립 반 윙클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이 사람은 공처가인 탓에 매일 마누라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늘 게으르게 살았는데요, 어느 날 취미로 사냥을 나갔다가 옛날 북미 탐험을 하다 죽은 네 명의 네덜란드 유령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볼링 게임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립 반 윙클은 이들의 술을 몰래 훔쳐 먹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자신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엄청나게 길어져 있어서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나중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야 자신이 잠이 들었던 동안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세대가 바뀌었습니다.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고 자신의 또래 친구들은 이미 죽었거나 그 지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얼굴은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고, 바가지를 긁던 아내는 이미 먼저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짧은 인생인데 립 반 윙클은 20년이나 시간을 까먹었으니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우리 인생은 립 반 윙클처럼 20년을 까먹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짧은 시간입니다. 어릴 때는 시간이 정말 안 가는듯하지만, 나이가 들면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이 매서울 정도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무척이나 짧아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릴 때의 호기심들을 잃고서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기 때문에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시작하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허무와 무상(無常)함 뿐 입니다. 하루하루 쫓기며 살아온 우리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죠.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재력가들이나 정치인들, 그리고 연예인들도 삶의 허무함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일들은 허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 시대에도 이러한 허무주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로마에 보내는 서신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하였지만, 그것은 자의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하신 그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곧 피조물도 사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는다는 것입니다.(8:20-21, 새번역)

 

놀랍게도 바울은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이 허무함이 마귀에게서 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를 굴복케 하시는 이, 즉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들 스스로는 도저히 이 허무함과 불안을 이길 수 없는 존재로 만드셨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 세상을 살면서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사탄이나 나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나를 불안케 하고 내 마음을 두렵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체가 애초에 내가 가진 불안과 허무함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그런 존재로 지으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나 혼자 만의 힘으로 내 어두운 내면을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수록 오히려 내 자신은 허무해지고 무기력해집니다. 그런데 내가 허무함과 불안을 느끼며 산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죠. 바울 사도가 오늘 본문을 통해 이야기했듯이, 내 스스로는 도저히 떨칠 수 없는 그 허무함이 나로 하여금 나를 넘어선 새로운 소망을 바라보게 하고 하나님을 찾게 만듭니다. , 내가 느끼는 허무함과 불안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찾고 그분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와 수단이 될 뿐, 그것에 넘어지는 덫이 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앞서 얘기했던 립 반 윙클은 하룻밤 술로 20년의 시간을 까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을에는 영국 왕 조지 3세 대신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지만 립 반 윙클은 조지 워싱턴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누군가? 하고 물어봤다가, 젊은 청년들에게 옛날 영국식민지를 그리워하는 왕당파로 몰리기도 합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컸던 거죠. 하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동네에 나이 든 사람들이 그를 알아봤고, 20년 전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입담꾼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려는 젊은이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워낙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는 립 반 윙클로서는 또 다시 즐거운 하루하루가 시작된 거죠. 그래서 그는 남은여생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참 기묘한 이야기지만 20년이나 시간을 까먹고도 행복하게 살았다는 그의 삶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립 반 윙클의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요새 우리가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벌써 6월입니다. 2020년이 절반이 지났는데, 기억나는 거라곤 집에서 보낸 시간들 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참 허무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를 정말로 힘들게 하는 사실은, 이 불안한 시간이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하지만 오늘 성경에서도 말씀했듯이, 허무함을 느끼는 시간은 우리에게 마냥 힘들고 어려운 시간만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내 자신에게 절망과 허무함을 느끼는 그 순간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눈을 들어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소망을 기대하는 시간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의 시간들이 허무하고 안타깝게 사라졌다고 낙담하지 마시고, 남은 오늘 하루 속에서도 허무함 속에서 하나님의 소망을 발견하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묵상]

 

올해 2020년 절반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그리고 남은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자 하십니까?

 

 

 [기도]

 

허무함과 불안감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고 내 삶의 의미를 온전히 발견할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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