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가복음 12:13-17

 

12:13 그들이 예수의 말씀을 책잡으려 하여 바리새인과 헤롯당 중에서 사람을 보내매 

12:14 와서 이르되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고 오직 진리로써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심이니이다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 

12:15 우리가 바치리이까 말리이까 한대 예수께서 그 외식함을 아시고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다가 내게 보이라 하시니 

12:16 가져왔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형상과 이 글이 누구의 것이냐 이르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12:17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그들이 예수께 대하여 매우 놀랍게 여기더라

 

 

[말씀]

 

어릴 때 제 아버님은 직업군인이셨기 때문에, 국가의 명에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으셨습니다.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됩니다. 아웅산 테러가 일어났고 국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전 국군의 휴일을 대외비로 조정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군인들이 일요일에 쉬지 않고 평소처럼 근무하고, 따로 매 주마다 내려주는 국방부의 지시에 의해서 평일 중에 하루를 (주로 수요일이나 목요일을) 일요일처럼 지냈던 겁니다. 북한이 일요일에 맞춰 쳐들어올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의미였겠죠.

그러자 제가 다녔던 교회는 난리가 났습니다. 군인들만 다니는 군인교회였기 때문에 주일날 현역들이 아무도 예배에 참석을 못하게 됐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주일날 교회 와서 예배 참석하는 남자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교회 여성분들끼리 여기저기에 모여서, 이것은 국가가 저지르는 종교탄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때 제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무리 그래도 교회가 국가의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위기에 처했을 때 믿는 사람들은 더욱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아버님께서 인용하신 이야기가 마가복음 12장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자 유대 지도자들은 불안과 긴장에 휩싸였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그를 유대인의 왕으로 옹립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에, 로마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던 유대 지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깎아 내리기 위해서 여러 번 시험에 들게 합니다. 오늘 본문인 12:12의 질문도 마찬가집니다. 자신의 동포인 유대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가이사(로마황제인 시저)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정녕 옳은 것이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로마의 식민통치 하에서 부당하고 불합리한 통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유대 지도자들이 예수님에게 로마제국에게 세금을 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던 이유는, 라고 답하든, 아니오라고 답하든, 둘 다 예수님을 깎아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했던 것은, 신비한 힘을 가진 예수님을 통해 로마제국을 유대 땅에서 몰아내려 했던 것인데, 예수님이 이 질문에 라고 대답하면 그가 로마제국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등을 돌릴 것이고, 반대로 아니오라고 답하면 로마제국에 불순한 사람으로 여겨져 곧장 고발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어느 쪽을 선택하든 예수님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혜로운 분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의 두 가지 대답 밖에는 없다고 믿어졌었는데, 그 흑백의 논리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운 대답을 제시했습니다. 그것도 논리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다 따져서 대답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인 이야기를 통해 대답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먼저 로마제국이 발행한 동전 하나를 보여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질문한 사람이 그 동전을 보여줬죠.

사실 여기서 예수님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유대인은 십계명에 따라 어떠한 우상도 가지고 있을 수 없습니다. 사실 데나리온에 새겨진 황제의 형상도 이 십계명에 따라 금지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식민통치를 받는 상황에서 이 우상금지의 계명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유대 지도자들도 죄의식 없이 이 동전을 가지고 다녔던 겁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이 우상(εκν)이 누구의 것이냐고 묻습니다. 우리말로는 형상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우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 유대지도자는 찔린 마음에 예수님의 질문에 마지못해 대답했을 겁니다. 그 우상의 주인은 가이사, 즉 로마황제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기신 겁니다.

 

아버님이 국방부 지시로 인해 주일날이 되어도 교회를 못 가게 되었을 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이 말씀이, 아버님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아버님의 이 말씀도, 정답을 발견하셨다기보다는, 그 정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셨던 하나의 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다행히 군인들에게 적용되었던 휴일 변경제도는 몇 달 후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과정 중에, 국가와 교회 사이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고자 했던 아버님에 대한 기억이 최근에 제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바로 주일이 되어도 함께 모여 예배 드릴 수 없는 지금의 위기상황 속에서 떠오른 기억이죠.

국가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우리에게 모이지 말라고 제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몇몇 교회들은 이 제재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일부러 모여서 예배를 강행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두 가지 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정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 몬트레이 카운티에 Shelter-in-Place-Order가 발효된 이후에 매일 묵상자료를 보내고, 온라인으로 다양한 예배를 시도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주일이 되어도 예전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예배 드릴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여러분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습니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지혜가 여러분 삶에 충만하길 원합니다.

  

 [묵상]

 

지금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것은 무엇입니까?

그 하나님의 것을 지금 충실히 하나님께 바치고 있습니까?

 

 

[기도]

 

내 삶 전체가 하나님의 것임을 기억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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