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0일 – 정신이 번쩍!
2021.04.09 13:55
[본문]
요한복음 21:3-7
21:3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21:4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21:5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21:6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21:7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이르되 주님이시라 하니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
[말씀]
어느 미국 중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여자 화장실 거울에 립스틱이 묻은 입술자국이 찍히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나이 또래가 그렇듯이, 이런 기행들이 곧 학생들 간에 유행처럼 번졌고 방과 후가 되면 입술자국이 안 찍혀 있는 거울이 없을 정도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이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을 달래기도 하고 꾸중도 하며 노력 했지만 사춘기 여학생들의 기행을 쉽게 막을 순 없었습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이 직접 나섰습니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은 학교가 끝나기 직전 여학생들을 모두 화장실로 모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거울에 입술자국 내는 것을 말리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꼭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교장 선생님은 직접 청소도구를 들고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학생들은 ‘기껏해야 청소하는게 얼마 힘든지를 몸소 보여주려는 거겠지’ 생각하며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거울을 닦기 전에 변기를 먼저 청소했습니다. 락스물을 듬뿍 먹인 긴 솔로 변기를 쓱싹쓱싹 닦아내더니, 이번엔 그 솔을 들어 거울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더 이상 화장실 거울에 입술자국을 남기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자신이 열심히 뽀뽀하며 남긴 거울이 변기를 닦은 솔로 청소된다는 사실을 알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던 거죠.
예수님의 부활 이후 베드로의 행동은 석연치가 않습니다. 분명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지만 그는 더 이상 삶의 의욕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베드로와 다른 어부였던 제자들은 갈릴리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리곤 “나는 물고기를 잡으러 가노라 (요 21:3)” 라고 말하며 옛 직업으로 돌아가 버린 겁니다.
왜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도 이렇게 옛 모습으로 돌아갔을까요?
아마도 더 이상 예수님을 만날 면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그땐 내가 너무 경솔했다’, ‘내가 그럴려고 도망갔던게 아니다’ 이렇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변명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럴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기 때문에 부활하신 예수님과는 더 이상 옛날의 그 살갑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모습이었던 어부로 돌아가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오랜만에 낚시일을 해서 그랬는지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과의 추억을 뒤로 한 채 마음을 다시 잡고 어부의 삶을 살아가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그 때 갈릴리로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처음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그물을 던지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기가 낚였습니다.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이었죠. 그제서야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었다는 것을 알아봅니다. 베드로는 또 다시 예수님이 자신을 찾으러 갈릴리에 오셨다는 것을 알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배 위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며 웃통을 벗고 있었는데, 예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다시 옷을 제대로 입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 쪽을 향하던 배가 무척이나 더디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베드로는 바다로 뛰어 내렸습니다.
요한복음은 이것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났던 세 번째 모습이라고 증언합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이고, 두 번째는 여드레를 지나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났던 사건입니다. 이 때는 첫 번째 예수님이 나타나실 때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에게도 나타나셨었죠. 그리고 세 번째가 이곳 갈릴리에서였습니다. 짐작컨대, 부활 이후의 예수님의 행적은 종잡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베드로 입장에서도 이 때까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속마음을 훌훌 털어놓지 못했던 거겠죠. 그리고 그런 개운하지 못한 마음에, 결국 예루살렘을 떠나 자신이 본래 있었던 갈릴리 바다로 돌아왔던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갈릴리 바다로 찾아오셨을 때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자신이 이곳에서 그냥 어부만 하며 살아야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 이후에 베드로가 부활하신 예수님과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졌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갈릴리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진정한 수제자로서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경험했으면서도, 여전히 옛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습니까? 주님은 또 다시 여러분을 찾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지금부터 정신을 번쩍! 차리시고, 주님의 참 제자로서 살아가시기를 권면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신앙생활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가 있습니까?”
[기도]
주님, 혹시라도 내가 지금 옛사람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주님께서 다시 한 번만 더 나를 찾아와 주시고 나로 정신이 번쩍! 나서 이제는 주님의 참된 제자의 모습을 살아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