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갈라디아서 2:11-13

 

2:11 게바가 안디옥에 이르렀을 때에 책망 받을 일이 있기로 내가 그를 대면하여 책망하였노라 

2:12 야고보에게서 온 어떤 이들이 이르기 전에 게바가 이방인과 함께 먹다가 그들이 오매 그가 할례자들을 두려워하여 떠나 물러가매 

2:13 남은 유대인들도 그와 같이 외식하므로 바나바도 그들의 외식에 유혹되었느니라    

 

 

[말씀]

 

어제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예수님이 떠나신 후 오순절에 성령이 임한 것을 계기로 제자들에 의해 첫 교회가 예루살렘에 세워졌는데요, 열 두 제자가 포진해 있는 이 예루살렘 교회에서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교회 지도자는 누구였을까요? 그 정답은 오늘 말씀의 제목에 있습니다. 바로 야고보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야고보는 2명이 나옵니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 즉 요한의 형입니다. 하지만 예루살렘 교회의 최고 수장이었던 야고보는 이 두 제자 모두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루살렘 교회에서 최고 권위를 가졌던 야고보는, 바로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입니다.

 

현대사회에는 많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혈연(血緣)은 권력이나 권위를 이어받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습니다. 이것은 고대사회로 갈수록 그 경향이 더 심해지죠. 특히나 리더십의 부재로 혼란할 때는 더더욱 혈연을 의지하려 했습니다. 예수님이 떠난 직후가 대표적이었죠. 교회는 열 두 제자를 통해 세워졌기에 늘 리더십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열 두 명의 집단지도 체제라는 것이 허울 좋게 들릴 순 있지만, 조금이라도 의견이 갈리면 중구난방으로 분립될 수도 있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열 두 제자는 교회의 최고의 권위를 예수님의 혈연에 맡겼습니다. 당시 예수님과 가장 혈연적으로 가까운 사람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였습니다. 실제로 성모 마리아가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상징적인 영향력을 미쳤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한계 때문에 교회의 최고 지도자가 되기엔 어려웠었죠. 그래서 그 다음 혈연적으로 가까웠던 야고보가 전면에 나섰던 겁니다. 그런 연유로 예루살렘 교회의 최고 수장은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였습니다.

 

당시 야고보가 얼마나 권위있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오늘 본문인 갈라디아서 2장에 나옵니다. 바울이 게바, 즉 베드로를 책망할 일이 벌어졌다는 말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게바가 안디옥에 이르렀을 때에 책망 받을 일이 있기로 내가 그를 대면하여 책망하였노라 (2:11)

 

베드로가 어떤 잘못을 했던 걸까요?

 

야고보에게서 온 어떤 이들이 이르기 전에 게바가 이방인과 함께 먹다가 그들이 오매 그가 할례자들을 두려워하여 떠나 물러가매 남은 유대인들도 그와 같이 외식하므로 바나바도 그들의 외식에 유혹되었느니라 (2:12-13)

 

베드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이해가 가십니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베드로가 이방인과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예루살렘이 아닌 어느 이방 선교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 예루살렘 교회의 수장인 야고보가 보냈던 사람들이 그곳에 도착하자 베드로가 밥을 먹다 말고 그만 그 자리를 떴다는 겁니다. 왜 베드로가 그 자리를 지키지 않고 도망갔을까요? 그것은 베드로가 이방인과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을 야고보가 보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교회는 이방인들이 아닌 유대인들로 구성된 교회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교지역과는 달리 예루살렘 교인들은 전통적인 유대 율법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이방인들조차도 기독교인이 되고 싶다면 먼저 유대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의 최고 수장이었던 야고보도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할 순 없었겠죠. 이방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당시 모세 율법에 금지되어 있는 행동입니다. 베드로가 이방인과 식사를 하다가 야고보가 보낸 사람들 때문에 자리를 피했던 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싶었던 이유일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야고보의 권위가 얼마나 높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로 불리는 베드로조차도, 야고보 자신도 아니고 야고보가 보낸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겁을 먹었다는 것은, 야고보가 전체 교회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하지만 바울은 베드로의 이 행동이 책망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당연하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우호와 친교의 의미가 있습니다. 베드로와 식탁을 나눴던 이방인들 입장에선, 율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을 버리고 식탁을 떠난 베드로로 인해 상처를 받을 만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율법은 잘못된 하나님의 말씀이거나 잘못 적용된 율법입니다.

 

예루살렘 교회의 수장 야고보에 대해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야고보가 야고보서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는 겁니다. 야고보서는 다른 바울 서신과 달리 그 신학적 논점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바울 서신이나 히브리서와 같은 서신들이 대부분 이신칭의(以信稱義), 즉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칭함을 받는다는 신학사상을 따르지만, 유일하게 야고보서는 믿음이 아닌 행함을 더 강조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2:26)

 

물론 야고보가 말하는 행함도 믿음에 대한 열매로서의 실천을 의미합니다. 즉 믿음이 있어야 행함이 있다는 거죠. 그럼에도 그가 행함을 더욱 강조한 것은 믿음만 있고 삶의 실천이 없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야고보 자신이 이 야고보서를 기록했다는 외적 증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예루살렘 교회에서 최고로 권위 있었던 야고보의 이름이 이 서신에 담긴 것으로 봐선, 실제 야고보의 사상도 이 야고보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실천과 행함을 강조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예수님의 동생으로 한 때는 어머니를 힘들게 모시며 일찍 출가한 형을 원망했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그의 삶 역시 바꿔놓았습니다. 결국 야고보는 부활하신 형 예수님을 따라 초대교회를 다스렸고 누구보다 행함과 실천을 강조하며, 우리의 삶을 늘 뒤돌아 보며 살 것을 오늘도 권면하고 있습니다.

 

 

 [묵상]

 

여러분이 혈연으로 믿음의 유산을 이어 받거나 나눠준 경험이 있습니까? (: 부모로부터, 자식들에게)

 

 

[기도]

 

주님을 믿는 믿음이 내 입술의 고백에만 그치지 않고 내 삶의 행함으로 나타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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