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누가복음 17:20-21

 

17:20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17:21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말씀]

 

예수님의 인기가 치솟자 기존의 종교적 권위를 독식하고 있던 지도자들의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어떻게든 예수님을 깎아 내리려고, 혹은 예수님이 말실수를 하여 구설수에 오르도록 함정이 담긴 질문들을 계속 퍼부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선 80-90년대에 구원파라는 이단이 성행했었습니다. 그들이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은 구원 받았습니까? 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을 하면 곧장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몇 월 며칠에 구원 받았습니까? 이 질문이 함정 질문입니다. 대부분 자신이 언제 구원 받았는지 대답할 수 없습니다. 구원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구원파는 당신은 육신이 태어난 생일은 알고 있으면서도, 생일보다 더 중요한 영혼이 거듭난 날은 알지 못합니까? 하고 쏘아 붙입니다. 그리고선, 구원 받은 날을 모른다는 것은 당신이 아직 진정 구원 받지 못했다는 걸 뜻합니다! 라고 말하며 구원받기 위해 자신의 이단교회에 가야 한다고 종용하죠.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면서 구체적인 일시를 묻는 것은 항상 위험한 신앙으로 치닫게 됩니다. 실제로 서기 1000년이 다가오기 직전에, 세상이 곧 멸망할 거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당시에 현실이 피폐해지자 사람들이 천년왕국을 기다렸던 탓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멸망은 오지 않았고, 이를 맹목적으로 믿고 세상을 등졌던 사람들은 더욱 더 현실에서 멀어졌습니다. 2000년도가 다가올 때도 세상이 곧 멸망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돌았었죠.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구원을 믿고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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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때가 정확하게 언제냐를 묻는 함정의 질문은 예수님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고자 물었던 겁니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17:20)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누군가와 나눌 때, 하나님의 나라를 제외시키면 그 가르침은 절반도 전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흔히 두 가지로 이해됩니다. 하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믿는 대로 우리가 죽어서 가는 천국이라고 여겨집니다. 당시 사람들도 이렇게 이해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이 천국보다 두 번째 의미로 더 이해되었었죠.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다름 아닌 회복된 이스라엘이라는 겁니다. 당시에는 유대사회가 로마의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입니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이고, 자신들의 나라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로마제국이 곧 물러나고 유대인들 스스로 다스리는 나라가 세워질 것을 예언하는 말씀이라 믿었던 거죠.

 

이에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시험에 빠뜨리기 위해 그럼 하나님의 나라는 몇 월 며칠에 임합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이러한 질문은 이단들이 선호하는 함정 질문입니다. 혹 이 질문을 듣고 머릿속에 제일 먼저 숫자부터 생각난다면 이미 이들의 시험에 빠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17:20-21)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더욱 혼란스러운 대답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볼 수 있게 임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백성들 스스로 나라를 세우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세워지지 않는다는 걸까요?

혹은 죽은 사람들이 천국에 갔는지 안 갔는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모른다는 말일까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말씀의 묵상은 내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함께 읽은 누가복음 17:20-21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나라는 어떤 의미입니까?

 

 

[기도]

 

내 자신의 욕망이 담긴 인간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쫓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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