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복음 12:37-43

 

12:37 이렇게 많은 표적을 그들 앞에서 행하셨으나 그를 믿지 아니하니 

12:38 이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이르되 주여 우리에게서 들은 바를 누가 믿었으며 주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나이까 하였더라 

12:39 그들이 능히 믿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니 곧 이사야가 다시 일렀으되 

12:40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고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하였음이더라 

12:41 이사야가 이렇게 말한 것은 주의 영광을 보고 주를 가리켜 말한 것이라 

12:42 그러나 관리 중에도 그를 믿는 자가 많되 바리새인들 때문에 드러나게 말하지 못하니 이는 출교를 당할까 두려워함이라 

12:43 그들은 사람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사랑하였더라

 

 

[말씀]

 

성경을 읽다 보면 갑자기 시점(視點)이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주로 성경의 저자가 개입하여 그 상황을 해설할 때 벌어지죠. 가령 요한복음 12장 앞쪽을 보면 마리아가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보고 가룟 유다가 한 마디 하게 되죠.

 

제자 중 하나로서 예수를 잡아 줄 가룟 유다가 말하되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하니 (12:4-5)

 

요한복음의 저자는 예수님을 돈 때문에 팔게 될 가룟 유다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바로 뒤에 이런 해설을 붙입니다.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 (12:6)

 

예수님과 마리아, 가룟 유다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갑자기 성경 저자가 해설을 넣는 바람에 이야기의 시점이 바뀐 거죠. 성경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모음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있었던 사건 그대로만 서술할 수도 있죠. 그런데도 성경의 저자들은 일어났던 이야기만 기록하지 않고 거기에 덧붙여 자신의 해설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이야기가 나타내는 의도를 분명하게 말하기 위함입니다. 방금 보여준 가룟 유다의 발언도 저자의 해설이 붙지 않았다면, 이 말만 들은 우리들은 가룟 유다도 나름 가난한 자들을 생각했던 사람이었나 보네 하고 착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저자가 해설을 넣어줘서 다행히 가룟 유다가 본래 어떤 사람이었고, 마리아에게 그 말을 했던 진의를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오늘 본문인 요한복음 1237절부터 43절까지의 내용은 전부 해설입니다. 아무런 사건의 이야기 없이 요한복음의 저자가 이 구절을 모두 자신의 해설로 채운 겁니다. 이 해설의 주제는 37절에 나온 대로 예수님의 놀라운 이적들을 경험하고도 왜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입니다.


아마 요한복음의 저자도 이 부분이 의아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예수님이 보여준 그 놀라운 표적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예수님을 믿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 예수님을 거부하고 부인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이에 대해 요한복음의 저자가 찾아낸 답은 40절에 등장합니다.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고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하였음이더라 (12:40)

 

이것은 이사야 6:10의 인용입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말한 대로, 예수님의 놀라운 이적을 경험하고도 여전히 완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기 때문이라는 거죠. 거기에 더해서 요한복음의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붙입니다.

 

그러나 관리 중에도 그를 믿는 자가 많되 바리새인들 때문에 드러나게 말하지 못하니 이는 출교를 당할까 두려워함이라 (12:42)

 

예수님을 믿었던 사람들 중에는 관리들도 있었지만 이들이 바리새인과 다른 종교 지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공공연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것은 다른 복음서를 읽어도 확인이 됩니다. 밤에 예수님을 몰래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바리새인이었고 아리마데 사람 요셉도 공회 의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생전에 예수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못했지만 예수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용감하게 장례를 치러준 사람들로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19:38-39). 아마 니고데모나 요셉 외에도 예수님을 심적으로 믿고 따랐던 관리들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요한복음의 저자는 그들에 대해 이렇게 비판합니다.

 

그들은 사람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사랑하였더라 (12:43)

 

그들이 예수님을 믿었으면서도 밝히 말하지 못했던 것은, 결국 하나님의 영광보다는 사람의 영광을 더 우선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사람의 영광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재산이나 사회적 명예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의 영광보다 물질과 명예를 더 사랑했던 겁니다. 요한복음은 이들이 예수님을 속으로 믿고 따랐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론 한참 부족하다고 비판합니다. 그들은 결국 예수님의 수많은 표적을 보았음에도 온전히 믿지 않았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우리 믿는 사람들에게 사람의 영광과 하나님의 영광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그 답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선 그 답이 많이 달라지게 되죠. 우리가 놓을 수 없는 사람의 영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요한복음은 우리가 결국 따라야 할 것은 사람의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이 여러분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히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제 2주도 남지 않은 사순절 기간 동안, 사람의 영광보다는 하나님의 영광을 더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놓지 못한 사람의 영광은 무엇입니까?

 

 

[기도]

 

내 삶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영광을 믿고 따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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