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2일 - 설날의 묵상

2021.02.11 14:42

이상현목사 조회 수:305

[본문]

 

예레미야 애가 3:19-23

 

3:19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 

3:20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 

3:21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3:22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3:23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말씀]

 

오늘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예전에는 설날을 구정(舊正)이라고 부르며, 양력설인 신정(新正)과 비교하여 조촐하고 평범하게 지냈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신정인 11일부터 사흘 동안인 3일까지 휴일을 가졌었죠. 반면에 구정은 쇠지 않았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구정에 맞춰서 설날행사를 가지자, 1985년부터 구정을 민속의 날로 부르며 하루짜리 공휴일로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1989년부터 아예 구정이라는 말을 없애고, 설날이라는 말을 부활시켰습니다. 그리고 신정이었던 11일은 단 하루의 공휴일로 줄이고, 이 설날을 3일 휴일로 만들었던 거죠. 그 공휴일 전통이 오늘까지 한국에서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은 올해 212일이 설날이지만 그 전날인 11일부터 다음 날인 13일까지 휴일을 쇠게 됩니다.

 

설날이라는 말은 삼국유사에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미 신라시대 때 설날을 지켜 쇠었을 정도로 우리 역사에선 굉장히 오래된 명절입니다. 설날의 이라는 말의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낯설다는 말에서 왔다는 겁니다. 설날은 낯선 날이라는 거죠.

우리는 설날이 되면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해를 살아야 합니다. 실제로 작년 경자년에도 제대로 적응을 못 해서 힘들었었는데, 올해 2021년 신축년 또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 설날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제대로 모일 수도 없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우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내려져서 두 가정이 만나는 것조차 불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설날이 말 그대로 낯선 날이 되어 버렸죠.

 

그런데 이라는 말은 낯설다는 의미도 있지만, 설렌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당연하죠. 잘 알고 있거나 익숙한 것에는 설렐 이유가 없지만, 낯설기 때문에 오히려 기대와 설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해가 주어졌기 때문에, 내 삶 또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기에 우리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오늘 설날을 맞이하는 여러분의 마음은 그런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있습니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설날을 맞는 것이 더 어색하고 낯설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인교인들은 설날이 되면 교회에 모여, 함께 만두라도 같이 빚고 떡국이라도 나눠 먹어야 명절을 맞는 것 같은데,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더더욱 이상합니다.

 

올해 우리 모두가 간절히 기대하는 것은 작년에 팬데믹을 맞으며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는 겁니다. 올해를 시작하며 그러한 기대와 소망의 조짐이 조금이라도 눈 앞에 보이면 그런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지금은 너무나도 요원(遙遠)한 상황이죠.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이 어떻게 이러한 회복의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오늘 말씀인 예레미야 애가 본문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예레미야 애가는 무너진 예루살렘을 보며 슬픔과 좌절에 처한 유다 백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멸망했고, 성전은 무너졌으며, 쓸만한 지도자들은 모두 바벨론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예레미야 애가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3:22-23)

 

하나님의 은혜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러기에, 나라가 망하고 성전이 무너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낯선 시대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을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주님의 성실하심입니다. 성실이라는 말은 영어로 faithfulness라고 번역됩니다. 한결같다는 말이죠.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성실(faithfulness) , 한결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님을 표현하는 속성 중에, 전능, 전지, 무한함 같은 거창한 말보다는, 한결같다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 변덕스럽기 때문이겠죠. 변덕스러운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하나님은 늘 한결같기에 우리가 굳게 믿고 의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설날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우리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둡고 불확실한 새해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설렘과 기대로 올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결국 회복시키고 구원해 주실 하나님의 약속이 한결같이 지켜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기대와 설렘조차도 가질 수 없는 오늘 이 설날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침마다 새롭고 늘 새로우신 주님의 성실하심을 믿고 의지하여, 우리 함께 아름다운 새해를 시작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은 올해 어떤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까?

 

 

[기도]

 

새해를 시작하며 기대하는 모든 소망들이 주님의 뜻 안에서 전부 이뤄지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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