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디도서 2:11-14

 

2:11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나 

2:12 우리를 양육하시되 경건하지 않은 것과 이 세상 정욕을 다 버리고 신중함과 의로움과 경건함으로 이 세상에 살고 

2:13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 

2:14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 모든 불법에서 우리를 속량하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사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 백성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말씀 무차별의 은혜]

 

중학교 1학년 때 전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에게 전학은 그렇게까지 낯선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아버님이 직업군인이셨기 때문에 1, 2년 마다 이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었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6년 동안 6번 전학을 해야 했던 저희 형님만큼은 아니었지만, 저도 초등학교 때 전학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옮기는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큰 스트레스는 없었습니다. 반 친구들도 저에게 잘 대해줬고 담임선생님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수학시간이 되었을 때 수학선생님이 들어왔고, 전학생이 왔다니까 저를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그 선생님은 저를 거의 한 시간 동안 괴롭혔습니다. 수업진도도 나가지 않고 계속 저에게 이상한 질문을 했고, 조금이라도 답을 못하면 그 자리에서 회초리로 때렸습니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전학생이 왔다니까 심심해서 그랬던 걸까요.

몇 주 후에, 또 다른 전학생이 왔습니다. 그리고 수학시간이 찾아왔고, 또 다시 새로운 전학생이 왔다는 말을 들은 그 수학선생님은 새로 온 전학생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 전학생이 수학선생님과 같은 최씨라는 말을 듣고, 수학선생님은 그럼 그냥 앉아 하고서 묵묵히 진도를 나갔습니다. 자신과 같은 성씨라는 말을 듣고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로 했던 겁니다. 제딴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의 어린 마음에, 나도 괴롭힘을 당했으니 그 전학생도 똑같이 괴롭히겠지 하며 내심 기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지 성씨가 같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며, 제가 한 시간 동안 당했던 괴롭힘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는지 더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아마 지금 그 수학선생님은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차별과 괴롭힘은 늘 당한 사람만 기억하는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그 당시 수학선생님보다 더 나이가 들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제가 차별과 괴롭힘을 싫어한다고 해도,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차별하고 누군가를 괴롭히며 상처를 준 적이 있을 겁니다. 이것 또한 저에게 당한 사람만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겠죠.

 

우리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특히 근거 없는 차별과 편가르기로, 누군가는 혜택을 입겠지만 누군가는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합니다. 한국 사람 특유의 학연, 지연, 혈연을 챙기는 문화는, 반대로 말하면 연()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소외시키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는 거죠.

물론 이곳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여기 미국이 우리가 살았던 한국보다도 공평한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이민자로 살면서 우리는 그런 차별과 불이익을 많이 경험합니다. 미국에서 사는게 이 정도니,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더 큰 차별과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겠죠.

 

그런데, 어느 시대, 어느 장소가 이런 불이익과 차별이 없었겠습니까. 아마 잘못된 차별과 불합리한 처우는 우리 인간사회에서 결코 사라지기 힘든 현실일 겁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상처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들 스스로 우리 인간을 죄인이라 부르는 거겠죠. , 실제로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우리가 죄인인 것도 있지만,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고 사회를 바로 잡아도, 결국 상처 입고 고통 받는 사람이 늘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본질적으로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죄인들의 공동체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와 반대로,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를 차별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신다고 약속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나 우리를 양육하시되 (2:11-12a)

 

놀랍게도 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납니다. 은혜(Grace)라는 말은 그 자체로 선물이란 뜻입니다. 본래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아무런 댓가를 요구하지 않죠. 또 선물을 받는 사람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주는 쪽에서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 선물이죠. 하나님의 은혜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 받는 것이 아니죠. 우리가 노력해서 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고 싶어서 그 은혜를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은혜의 결과는 구원입니다. 구원이라는 것이 뭐죠? 오늘 디도서 본문에서 나타난 구원은, 우리가 모든 불법으로부터 깨끗하게 되고,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2:14). 불법이라는 것은, 앞서 제가 말씀 드린, 우리 사회의 차별과 괴롭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만연한 각종 차별과 불합리한 처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직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구원입니다. 이 구원이라고 하는 선물을 하나님께서 차별 없이 주셨기에, 우리의 선한 행위도 우리 이웃과 다른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나타나야 합니다.

 

혹시라도 여러분 중에 차별과 불합리한 처우들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이 세상의 차별과 불합리함을 넘어서는, 무차별한 주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더 되새기시기 원합니다. 그리고 댓가 없이 선물로 받은 그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꺼이 나누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살면서 느꼈던 차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기도]

 

주님께 무차별한 은혜를 받은 내가, 다른 사람도 무차별적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와 용서의 마음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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