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태복음 8:16-20

 

8:16 저물매 사람들이 귀신 들린 자를 많이 데리고 예수께 오거늘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 내시고 병든 자들을 다 고치시니 

8:17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에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 

8:18 예수께서 무리가 자기를 에워싸는 것을 보시고 건너편으로 가기를 명하시니라 

8:19 한 서기관이 나아와 예수께 아뢰되 선생님이여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따르리이다

8:20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    

 

 

[말씀]

 

먼저 사진을 한 장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사진은 어느 친구들끼리 모인 한 커피숍의 테이블을 찍은 장면인데, 이들의 행동이 다소 낯설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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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커피 마시며 교제하려고 만났을 텐데, 몸은 함께 있지만 서로의 눈은 각자의 핸드폰만 보고 있습니다. 모두들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열심히 소통하고 있지만, 결국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요즘 시대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최인훈이 광장이라는 소설을 써서 한국문학계에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습니다. 본래 광장이라는 장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사회적 공간을 뜻합니다. 하지만 당시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도 제대로 소통을 할 수 없었던 주인공 명준은 결국 제3국으로의 망명을 선택하죠. 하지만 제3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그만 바다로 뛰어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 소설 제목은 광장이었지만, 주인공 명준이 경험한 세상은 밀실에 갇혀 누구와도 제대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습니다. 광장이라는 소설이 출간된지 벌써 60년이 지났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겪으며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고독한 삶은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광장조차 잃어버린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나마 우리의 소통을 이어오던 교회와 각종 모임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주변에 분명 사람들이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마음 속의 외로움은 더 깊어지는 듯 합니다. 분명 근처에 내가 늘 만나고 대화하던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이제는 일부러 연락해서 만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노골적으로 밀실만 남아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 외롭습니다. 이것은, 단지 내 육체와 내 감정의 외로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외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과 멀어지니 하나님과도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팬데믹이 시작됨으로 인해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고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내 영적인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복음서에는 혼자 외로워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오늘 본문인 마태복음 8장은 사역의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고독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에서부터 산에 올라가, 그 유명한 팔복을 비롯해 수많은 가르침들을 제자들과 예수님께 모인 사람들에게 전해줍니다. 그리고 8장에서 예수님은 모든 말씀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며 또 다른 사역을 시작합니다. 바로, 어느 한센병 환자와 백부장의 하인, 그리고 베드로의 장모를 연달아 고쳐 주신 거죠 (8:2-15). 그러자 그곳 사람들은 마을의 병든 자들과 귀신 들린 자들을 다 예수님께로 데려옵니다. 이로 인해 예수님은 그곳 사람들에게 둘러 싸이게 되죠. 이 때 예수님은 갑자기 제자들에게 그만 이 마을을 떠나, 건너편으로 가자고 명령합니다 (18). 이에 한 서기관은 예수님께, 선생님이여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따르리이다 라고 말합니다 (19). 이 때 예수님은 갑자기 이렇게 대답하죠.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8:20)

 

예수님께서 왜 갑자기 자신을 끝까지 따르겠다던 서기관에게 나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씀 하셨을까요? 사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는 예수님의 화려한 능력들, 그리고 예수님께 모여드는 군중들의 열기, 특히 예수님을 어디든지 따르겠다고 고백하는 고위직 서기관의 맹세 뒤에, 왜 예수님은 이와 같은 외로움을 느끼셨을까요?

 

예수님의 외로움 또한 군중 속의 외로움이었을 겁니다. 사실 그에게 몰려든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예수님을 진정 이해하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들 속에서 밀실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갑갑함을 느꼈던 겁니다. 우리도 가끔씩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할 때 가장 많이 느끼는 외로움이 바로 이 군중 속의 외로움입니다. 곁에 수많은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있지만, 나만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이 느껴지곤 하죠.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 외로움은 당장은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내 신앙을 더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조차도 이 외로움과 싸우며 하루하루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이뤄나갔고, 결국 그분의 계획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완성시켰습니다.

 

지금 이 팬데믹의 시간은 우리가 가끔씩 외로움을 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신앙이 굳건해도, 지금처럼 정상적인 예배와 친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영적인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힘든 시대가 오히려 우리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키리라 믿습니다. 주님께서 이 외로움을 이겨내고 그 사랑이 완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이 시대에 외로움과 고독 속에 아파하는 분이 계십니까? 그 모든 외로움을 이겨내고 승리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함께 이 힘든 시대를 이겨내기를 기원합니다.

 

 

   [묵상]

 

요새 여러분을 외로움과 고독 속에 빠뜨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기도]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 그 사랑을 완성하셨던 우리 예수님을 늘 바라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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