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119:105

 

119:105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말씀]

 

제 외가댁은 지금도 광주에 있습니다. 제가 9살 쯤 되었을 때 광주 외가댁에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외가에는 저와 같은 또래의 사촌과 누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어른들 없이 저희 애들끼리만 광주 시내를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가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형과 사촌누나들을 놓쳐버렸습니다. 아마 그 당시 저보다는, 어린 저를 잃어버렸던 형과 누나들이 더 당황을 했었겠죠. 아무튼 저는 그 날 그렇게 광주시내 한복판에서 미아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형과 사촌 누나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그들을 잃어버렸던 그 근처 주위를 뱅뱅 돌면서, 지나가는 사람 중에 혹시 형과 누나들이 있지 않을까 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 했었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형과 사촌 누나들도 똑같이 그렇게 저를 그 근처를 맴돌며 찾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뭐 때문에 그렇게 엇갈렸는지, 우리는 서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그 근처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저는 그곳에서 형과 누나들을 찾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길을 잘 되짚어서 외가댁 집을 찾는 것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제 고난이 시작됩니다. 저는 처음 와본 그 길을 뱅뱅 돌면서 외가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제가 똑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치 미로에 빠진 듯 똑같은 골목을 계속 되짚으며 몇 시간을 걸었습니다.

지나는 길에 광주 MBC가 보였습니다. 그 해 유명했던 프로그램이 이산가족 찾기였는데요, 패티김의 목소리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계속 되었었죠. 저는 그 날 광주 MBC를 세 번 정도 지나며, 어쩌면 저도 방송국에 찾아가서 이산가족 신청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그 날 광주시내를 빙빙 돌며 외가댁을 찾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때 제 눈에 들어왔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찻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골목길은 빙글빙글 돌지만, 기찻길은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 쭈욱 뻗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찻길을 옆에 끼고 나란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미로처럼 시내를 빙글빙글 돌지 않을 수 있었고, 곧장 시내 중심에서 외가댁이 있는 외곽지역까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그 지역의 길을 잘 기억해 내서 외가댁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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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조급하게 맘 먹지 말고 가만히 미로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겁니다. 전체의 모습을 보면 내 앞에 놓인 길이 막혔는지 아니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빠져나가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미로 전체가 보이지 않고, 당장 눈에 보이는 대로 걷게 되면서 더욱 더 제 길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가 그 날 광주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주 어렸을 때이기도 했지만, 당장 가족들을 잃어버렸다는 초조한 마음에 발길이 닿는 대로 아무렇게나 걸었던 것이 저를 더 지치게 만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광주 시내를 뺑뺑 돌기만 했었죠. 다행히 기찻길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제 외가댁 쪽으로 뻗어 있었던 기찻길을 따라 걸었기 때문에, 미로 같았던 광주시내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크레타 섬의 미로입니다. 이 미로는 다이달로스라는 건축가가 만든 것으로, 미로 안에 미노타우로스라는 반인반수(伴人伴隨)의 괴물을 살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 미로에 빠진 사람들은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다가 결국 이 괴물에게 잡아 먹혔다고 합니다.

이 미로에 테세우스라는 아테네 왕자가 들어옵니다. 그를 흠모했던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그에게 털뭉치를 주며 이 털실의 실타래를 풀면서 전진하면 나중에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결국 테세우스는 미로 안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고, 털실을 따라 미로를 무사히 빠져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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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외가댁을 찾기 위해 나란히 걸었던 기찻길을 떠올릴 때마다 테세우스의 손에 들렸던 실타래가 생각납니다. 둘 다 미로를 빠져나오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가 겪는 이 세상도 하나의 미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매일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똑같은 생활, 똑같은 일상을 겪으며, 어느새 내 거울에는 나이가 들어 낯선 얼굴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올바로 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늘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 삶의 미로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밖으로 건져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오늘 말씀인 시편 119편에 나옵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119:105)

 

미로 같은 내 삶 속에서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내 발을 비쳐주는 등불이 되고, 내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인도하는 빛이 됩니다. 그 말씀을 의지하며 살 때, 우리는 이 세상의 허무함과 권태 속에서 능히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읽는 주님의 말씀을 통하여 여러분의 삶의 길을 온전히 발견하는 귀한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묵상]

 

오늘 여러분이 읽는 주님의 말씀은 여러분을 어떤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까?

 

 

[기도]

 

내 삶의 미로 속에서 조급해 하지 말고, 온전히 내 길을 인도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더욱 묵상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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