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55:19-23

 

55:19 그들은 변하지 아니하며 하나님을 경외하지 아니함이니이다 

55:20 그는 손을 들어 자기와 화목한 자를 치고 그의 언약을 배반하였도다 

55:21 그의 입은 우유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그의 마음은 전쟁이요 그의 말은 기름보다 유하나 실상은 뽑힌 칼이로다 

55:22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55:23 하나님이여 주께서 그들로 파멸의 웅덩이에 빠지게 하시리이다 피를 흘리게 하며 속이는 자들은 그들의 날의 반도 살지 못할 것이나 나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말씀]

 

어릴 때 목욕탕에 가면 항상 써 있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귀중품은 카운터에 맡기십시오. 맡기지 않은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아직 글도 읽지 못할 때부터 이 말을 봐서 그런지 참 익숙한 문구입니다. 카운터라는 말도 이 때 처음 들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카운터(counter)라는 말은 어떻게 해서 목욕탕 직원이 돈 받는 곳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카운터의 어원에 계산하는 기계, 혹은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그런 건지, 이 단어 자체가 평평한 테이블(flat table)이라는 뜻이 있어서 그렇게 사용되는 건지 정확하게 확신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귀중품을 책임자에게 맡기라고 하는 말은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뭔가를 맡겨야 할 만큼 목욕탕에 귀중품을 들고 간 적은 없지만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길 수 있다는 것은 참 듬직한 일입니다.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던 일이 누군가에게 맡기는 순간 쉽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은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고 맹수처럼 강력한 힘도 없지만, 함께 협동할 수 있는 조직력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지닌 진정한 힘일 겁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맡기고 채울 때, 약한 사람이든 강한 사람이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누군가에게 잘 맡기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군대에서 처음 장교생활을 할 때 그랬습니다. 뭔가 많은 일을 다 끌어안고서 그것들을 제대로 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지 못해서 매번 야근을 하며 끙끙거리곤 했습니다. 보다 못한 선배장교 하나가 저에게 이렇게 충고를 해줬습니다.

 

너가 막히는 일이 있을 때 그걸 상관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면 그건 끝까지 너의 일이 될 수 밖에 없어. 하지만 너가 윗사람에게 보고를 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이제 너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걸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 그러니 다 윗사람에게 맡겨 버리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생각해.

 

, 솔직히 그 당시의 저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충고였습니다. 그 선배장교가 하던 일과 제가 하던 일의 성격이나 업무량은 많이 달랐거든요. 윗사람에게 제대로 보고한다고 해도 당시 제 상관이었던 분은 일을 더 키우면 키웠지, 저의 일을 줄여줄 분은 아니었습니다. 한 마디로 당시 제 윗사람은 제가 제대로 보고하거나 일을 제대로 맡길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차라리 내가 하고 만다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군생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그 선배가 저에게 해준 그 충고는 엉뚱하게도 제 신앙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苦海)입니다. 그러기에 살아있는 한 우리 삶은 늘 고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삶의 고통은, 대부분 고통스러운 그 순간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순간을 미리 걱정하거나(미래의 고통) 회상하면서(과거의 고통) 더 고통스러워집니다. 즉 현재의 고통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죠. 미리부터 걱정하고 염려하면서 그 고통의 크기가 커지고, 또 지나간 과거의 고통을 계속 떠올리고 후회하면서 고통은 더욱 가중됩니다. 현재의 고통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 지나가버린 고통과 아직 다가오지 않은 고통만 없애도 우리는 정말 살만한 인생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윗사람에게 다 보고하고 맡겨버려라고 충고를 줬던 선배장교의 말은 군생활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제 신앙에는 깊은 영감을 줬습니다. 제가 군생활 하는 동안 상관에게 제대로 제 일을 맡기지 못했던 것은 그 상관이 못 미더워서 였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겐 언제나 든든히 맡길 수 있는 상관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하나님이죠. 심지어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고통을 알고 계시고 그 아픔에 공감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걱정과 염려, 심지어 후회까지 주님께 다 맡겨버리면, 지나간 고통도, 또 아직 다가오지 않은 고통도,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고통을 하나님께서 다 맡아 주시기 때문입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55:22)

 

평소에 제가 기도 열심히 하라고 말씀을 드리면, 어떤 분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걱정과 염려를 윗사람에게 보고하듯이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근심과 염려는 우리가 기도할 기도제목들이지, 우리의 고통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을 주님께 아뢰고 맡김으로써 여러분의 영혼에 참 평안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걱정과 근심이 모두 다 기도로 변화되는 놀라운 주님의 역사가 이뤄지길 축원합니다.

 

 

 [묵상]

 

“요새 여러분을 괴롭히는 걱정과 근심은 무엇입니까? 그 걱정과 근심을 하나님께 맡기고 계십니까?

 

 

[기도]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김으로써 나의 모든 염려와 근심이 평안과 기대로 변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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