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태복음 12:1-8

 

12:1 그 때에 예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로 가실새 제자들이 시장하여 이삭을 잘라 먹으니 

12:2 바리새인들이 보고 예수께 말하되 보시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다 

12:3 예수께서 이르시되 다윗이 자기와 그 함께 한 자들이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12:4 그가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자기나 그 함께 한 자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진설병을 먹지 아니하였느냐 

12:5 또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

12:6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 

12:7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더라면 무죄한 자를 정죄하지 아니하였으리라 

12:8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니라   

 

 

[말씀]

 

한 고등학교에서 생긴 일입니다. 학교를 순찰하던 수위 아저씨가 건물 벽이 갈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교무실에 이 위험성을 보고했습니다. 학교 측은 별 큰 문제가 아니다 싶어, 그 수위 아저씨에게 매일 그 갈라진 벽 상태를 확인하고 정 심각해지면 다시 보고해 달라는 답만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물 벽이 평소보다 두 배는 갈라져 있었습니다. 이에 수위 아저씨는 급히 교무실에 알렸고 이 보고를 들은 교장 선생님은 직접 건물 벽을 살펴본 후 모든 학생들에게 대피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민방위 훈련이 잦을 때라 평소에도 대피훈련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 대피훈련 덕인지 학생들은 각 담임교사의 인솔 하에 일사분란하게 운동장으로 모였고 아무 사고 없이 건물을 잘 빠져나온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 중에 몇몇이 한 교실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수근거렸고, 이내 선생님들은 교실 안에 아직 두 명의 학생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학생 주임선생이 다급한 소리로 그 두 학생이 남아있는 교실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희 두 명은 왜 아직 안 나왔어?

 

저희는 주번인데요?

 

때로는 형식에 치우친 생활이 그 본질을 가릴 때가 있습니다. 위험한 일이 실제로 닥쳐서 대피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조회나 그냥 형식적인 대피훈련으로 착각을 해서 교실에 남아있던 주번들이 그랬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죠. 예배의 형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지켜주는 그릇이지만, 우리가 식사할 때 그릇을 먹을 수 없듯이, 그 형식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예배의 본질을 느낄 수 없습니다. 사도신경이나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신앙을 고백하는 것도 좋지만, 이 신경과 기도에 담긴 참 뜻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히 중얼거림이나 형식적인 주문(呪文) 이상의 것이 될 수는 없는 거죠.

 

예수님 당시에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예수님이 안식일에 손 마른 사람을 고치자, 사람들은 예수님이 일종의 치료행위를 했다고 생각했고, 그를 고소하려 했습니다. 당시 모세의 율법은 안식일에 어떠한 노동의 행위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안식일에 안식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서 하나하나 신경 쓰고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주일의 고된 노동을 멈추고 육체와 정신을 휴식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은 이 안식의 의미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에 안식하라고 했으니,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 되고 혹시라도 일을 하면 율법을 어기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이해했던 겁니다.

지금 미국에는 여전히 율법을 이렇게 엄격한 방식으로 철저히 지키고 있는 유대인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말씀 드린 이야기지만, 아는 목사님이 뉴욕에서 유학을 하기 위해 어느 유대인이 주인집으로 있는 아파트 아래층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금요일 밤에 갑자기 주인집 아주머니가 그 목사님을 큰 소리로 부르더랍니다.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어서 올라갔더니, 주인집 아주머니는 이제 안식일이 되어서 (유대교의 안식일은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 질 때까지입니다) 자기는 일을 할 수 없으니, 자기 대신 복도에 불을 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죠. 불 끄려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게 하나님이 안식일에 금지한 노동이라고 믿은 것도 그렇지만, 다른 이방인을 애써 불러내서 자기 대신 그것을 해달라고 시키는 것 자체가 참 말도 안되는 율법 준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이런 유대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에 조금이라도 일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서로서로 죄인이라고 정죄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수님은 오늘 본문을 통해 안식일에 대한 그들의 율법이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는 거죠. 즉 안식일에 노동을 금하는 것은, 단지 무노동의 법규를 지키며 내가 하나님이 시킨 명령을 지키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으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는,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했던 자신들의 선조의 처지를 깨닫고 자신들과 그들이 부렸던 종들에게, 일주일에 하루의 안식을 허락함으로써 사랑과 배려를 실천하라는 겁니다. 예수님은 이 안식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시며, 몸소 손 마른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안식일이라 하더라도 잃어버린 양 하나를 구원하는 것이 얼마나 선한 일인지를 보여주고 계시는 거죠.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교회나 다른 교우들을 통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시키는 형식적인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엔 기쁘고 충성된 마음으로 수행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신앙의 형식들을 지키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내가 왜 이걸 지켜야 하지 하면서, 의심하는 마음이 내 신앙을 혼돈스럽게 만드는 거죠.

저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신앙의 형식들을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선한 행위 자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최소한 신앙의 형식들은 그 의미를 잘 깨달으며 지킬 때 하나님의 선한 행위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형식과 율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율법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의미, 즉 사랑과 배려를 깨닫고 이를 실천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들어 가는 다양한 형식적인 신앙의 모습들이 있을 겁니다. 그 형식 안에서 참 의미를 깨닫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 나가는 여러분의 아름다운 하루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형식적으로 만들어 가는 신앙생활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 안에서 진정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고 있나요?

 

 

[기도]

 

내 신앙의 형식 속에서 온전히 하나님의 참뜻을 깨닫고 그 선한 뜻을 이루며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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