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7일 - 수요예배를 대신하는 묵상 말씀 "온유하고 겸손하니"
2021.11.16 13:22
[본문]
마태복음 11:28-30
11: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11: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11:30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말씀]
벌써 11월 달입니다.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탓인지, 거의 말일이 눈앞에 다가오기 전까지는 한 해를 돌아볼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11월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더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올 한 해 동안 내가 감사해야 할 기억들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더욱 풍성한 2021년이 되리라 믿습니다.
사실 작년 11월에 이런 ‘되돌아봄’의 여유를 갖지 못했었습니다. 그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죠. 그럼에도 우리 인간의 적응력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끼고 2년 가까이 함께 살다 보니, 이 팬데믹 안에서도 일상을 나름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러니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여유도 생긴 거겠죠.
여러분들은 올해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여러분들이 새해 바라고 기대했던 소망들은 모두 잘 이루고 계신가요?
올해도 쉽진 않았습니다. 곧 끝나리라 믿었던 팬데믹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지금도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우리 교우들은 아무도 건강을 잃지 않으셨고, 이젠 대면예배도 재개되어 얼굴을 보며 서로 안부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늘 우리 교회와 교우들을 돌보아 주시는 우리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물론 순간순간이 쉽진 않았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좌절과 절망을 느낀 적도 있었고, 숨통을 조이는 듯한 막막함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그런 어려운 순간마다 우리 예수님을 떠올리며 인내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예수님도 공생애 내내 참 답답하셨을 겁니다. 먼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과 24시간 함께 붙어다니면서 가르침을 받고 수많은 이적을 경험했음에도, 제자들은 정작 예수님이 왜 이 땅에 오셨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죠. 또한 유대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괴롭혔습니다.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 그리고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려 하였고, 결국 십자가라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만들었죠.
그럼에도 주님은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제자들과 유대 지도자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늘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 때문에 예수님은 온유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셨고, 겸손히 그 사랑을 실천하셨던 거죠.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이 이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구원을 경험했던 것은, 예수님이 일으킨 기적을 통해서가 아니죠. 예수님이 보여주신 그 큰 사랑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 절망과 막막한 현실 속에 갇혀 있던 그들을 일으켜 세우신 거죠.
그들 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 큰 사랑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 11:28)
예수님은 힘들고 지친 삶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들을 편안한 휴식으로 인도하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짊어진 삶의 무게로 인해 삶이 참 버겁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쉬게 하시려고 부르신다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너무나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그 다음 구절에서 예수님은 아주 미묘한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마 11:29)
예수님의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는 말씀입니다. 온유라는 표현은 이해가 갑니다. 예수님은 우리 앞에서 언제나 온유한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겸손하다는 말씀은 조금 의아합니다. 지금 이 말씀을 하는 분이 예수님 자신이기에, 이 말씀은 마치 “나는 마음이 겸손한 사람이다” 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스스로 겸손하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진짜로 겸손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입을 빌어 “나는 겸손하다”고 말하는 법이 없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여기서 겸손은 원어인 희랍어로 ‘타페이노스(ταπεινὸς)’라고 하는데, 이것은 바닥(base)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실 이 단어는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나는 아주 낮은 바닥에서 올려다보는 존재”임을 천명한 거죠.
그런데 아주 낮은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보기 위해 고개를 완전히 들어야 합니다. 애매하게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은 눈을 살짝만 들어도 그 위에 있는 존재들이 쉽게 보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90도로 쳐들고 완전히 위쪽을 올려다봐야 그 위에 누가 있는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 때 같이 보이는 것이 있죠. 바로 하늘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만이 고개를 들어 저 하늘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아이러니입니다. 예수님의 겸손은 단순히 “나는 겸손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잘난 척이 아니라,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저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우리가 예수님 앞에 나아갔을 때 평강과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거죠.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사람이기에, 이 세상의 그 어떤 무거운 짐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불안한 터널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해하지 못하죠. 그러니 우리가 예수님께 나아올 때 진정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다사다난한 2021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이렇게 시간만 가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처럼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기 원합니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시는 이는 이 세상이 아니죠. 하나님입니다. 오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그 깊은 뜻을 헤아리며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도 은혜롭게 마무리하시기를 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이 올 한 해 짊어진 짐은 무엇이었습니까?
에수님 앞에 나아올 때 그 무거운 짐이 평강과 안식으로 변함을 믿으십니까?
[기도]
주님처럼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이 세상이 아니라 눈을 들어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