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태복음 5:4

 

5:4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말씀]

 

오늘은 그림 하나를 함께 보고자 합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였던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만종(晩鍾)이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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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아마 이 그림을 처음보시는 분은 안 계실 겁니다. 부부로 보이는 농부 남녀가 저녁놀이 지는 밭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기도를 드리는 남성 곁에는 삼지창 모양의 쇠스랑이 꽂혀 있고요, 여성 뒤쪽으로는 오늘날의 리어카 같은 수레가 보입니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는 바구니 하나가 놓여져 있는데, 거기엔 뭔가가 담겨 있습니다. 주변 밭을 자세히 보면 감자가 떨어져 있는게 보입니다. 아마 이 바구니에도 추수한 감자가 놓인 걸까요?

 

만종이라 번역된 이 그림의 원제목은 LAngélus, 당시 카톨릭 국가였던 프랑스에서 있었던 삼종(三種)기도를 의미합니다. 삼종기도라는 것은, 교회에서 아침, 점심, 저녁에 종을 쳐서 사람들에게 기도하도록 했던 것인데, 하루에 세 번이어서 삼종기도가 아니라, 매번 종을 칠 때마다 !!! 세 번씩 쳤기 때문에 삼종기도로 불립니다. 예전에 한국에서도 아침저녁으로 국기게양 및 하강식이 있어서, 국기에 대한 경례 노래가 울려퍼지면, 모두들 멈춰서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 경례를 하곤 했었는데요, 삼종기도도 그것과 비슷합니다. 이 그림에서는 저녁놀이 지는 것으로 보아, 저녁 삼종기도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오랫동안 이 그림은 추수에 감사하여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는 농부 가족의 모습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80년 후에 이 그림 만종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타났습니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알려진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il)가 밀레의 만종에 그려진 바구니가 사실은 아기의 관이라고 주장을 한 겁니다. 아기의 관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 그림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실제로 뒤에 있는 수레에 감자자루가 있는 것으로 보아, 굳이 작은 바구니에 감자를 담고 그 바구니를 사이에 놓고 기도할 이유가 없는 거죠.

 

달리의 이러한 주장이 나온 직후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습니다. 어느 정신병자가 이 그림을 칼로 두 군데나 그어버린 겁니다. 당시 그림을 소유하고 있던 프랑스의 루부르 박물관은 이를 복원하고자 엑스레이로 정밀하게 그림을 촬영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정말로 감자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바구니에, 원래는 다른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달리의 말대로 그것은 정말로 아기의 관 모습이었습니다. 달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온 거죠.

 

그래서 오늘날 학자들은, 밀레가 처음엔 죽은 아기의 관 앞에서 기도하는 농부 부부의 그림을 그리려고 하다가, 중간에 마음을 바꿔서 저녁놀의 평화로운 감사기도로 보이도록 그림을 수정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 만약에 정말로 달리의 해석대로, 밀레의 만종이 죽은 아이를 놓고 추모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슬픔은 아마도 내 아이의 죽음일 겁니다. 자녀가 죽은 것만큼 억울하고 서러운 일이 없죠. 하지만 그러한 비통과 슬픔을 겪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적잖게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슬픔 뿐만이 아니죠. 오늘날 우리는 슬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모든 것이 불확실해서 그럴까요? 매스미디어가 지나치게 발달해서 예전에는 모르고 있었던 전 세계의 고통과 아픔들을 우리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일까요? 핸드폰으로 뉴스를 열면 지금 어디선가 고통과 슬픔을 겪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정말 슬픈 사실은, 내 자신이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이 모든 슬픔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오늘 함께 읽은 성경말씀은 유명한 팔복의 두 번째 문장입니다.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 (5:4, 새번역)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슬퍼하는 사람들이 복이 있음을 선포합니다. 그들이 복이 있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위로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거룩한 위로의 신비를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처와 고통 속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를 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지금 그 슬퍼하는 분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을 위로하고 계심을 너무나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보여드린 밀레의 만종도 마찬가집니다. 추수의 감사가 아니라, 사실은 죽은 아기에 대한 추모라는 것을 알고나서 다시 이 그림을 봐도 여전히 평화와 안식의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죽은 아이를 앞에 놓고 기도하는 이 장면이,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으로 느껴질 수 있는 걸까요?

 

오늘 본문의 말씀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를 원합니다. 슬퍼하고 애통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위로의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내 아픔과 고통이 아니어도 곁에서 함께 애통하고 슬퍼하는 사람에게도 하나님의 위로가 임할까요? 당연히 그럴 겁니다. 하나님은 함께 슬퍼하는 사람에게도 늘 함께 하시고 위로하시는 분이죠. 그렇다면 하나님이 위로하지 않는 사람들은 누구죠? 슬퍼할 필요가 없는 자들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슬퍼하지 않는 자들이죠. 다른 누군가의 슬픔에 함께 공감하지 못하고 함께 슬퍼하지 않는 자들에겐 하나님의 위로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위로 때문일까요? 슬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슬퍼한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슬픔을 끌어안은 사람이기에 기쁨과 소망이 더 커지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고 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에 하나님은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이번 한 주 밀레의 만종처럼, 아픔과 슬픔이 위로와 평화로 바뀌는 은혜로운 한 주가 되기기를 축원합니다.

 

 

   [묵상]

 

여러분에게 슬픔을 가져다 주는 아픔은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슬퍼할 때 하나님께 함께 위로받은 적이 있었나요?

 

 

[기도]

 

하나님의 위로와 평화가 오늘날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하는 역사를 나타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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